집 나온 펀드매니저들 헤지펀드 새집 짓는다 [헤지펀드 전성시대-4]IPO 등 전문성 앞세워 도전하는 증권맨도 속속
한국형 헤지펀드(전문 투자형 사모펀드) 시장에 진출하는 전문사모집합투자업자가 늘고 있다.
올해 증시가 활황을 보이면서 주식 뿐 아니라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다양한 상품으로 수익률을 올릴 수 있게 되자, 회사를 나가 전문 사모운용사를 설립하는 펀드매니저들도 잇따른다.
하루에 신규로 등록된 전문 사모운용사만 2~3곳씩 나오기도 한다. 업계에선 ‘헤지펀드 동기’라는 말이 생길 정도다.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1월 말 기준 금융당국에 등록된 전문 사모 운용사는 총 116곳으로 이 중 76곳이 신규사, 40곳은 자문사에서 전환한 업체로 집계됐다. 지난해 6월만 해도 전문사모업자 총 51개사 중 자문사에서 전환한 곳(28곳)이 신규사(23곳) 대비 많았으나 1년 반만에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10월~11월 신규 등록된 9곳 중 전환사는 빌리언폴드자산운용 한 곳에 불과했다. 증권사 혹은 자산운용사에서 나와 사모펀드 운용사를 설립하는 사례도 속속 증가하고 있다. IPO(기업공개) 등 전문성을 앞세워 진출한 증권사 및 운용사 출신 한국형 헤지펀드 CEO(대표이사)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5월 전문사모운용사 등록을 마친 헤이스팅스자산운용은 한국투자증권 IB(투자은행) 전문가들이 모여 창립한 회사다. 이들은 현재 ‘헤이스팅스공모주전문투자형사모증권투자신탁제1호’를 포함해 총 4개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4개 펀드 모두 공모주에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현재 전문사모집합투자업자 등록 절차를 진행 중인 씨앗자산운용은 한국투자신탁운용 출신 박현준 매니저가 설립한 회사다. 이밖에 지난해 12월 등록을 마친 마이퍼스트에셋자산운용의 김재학 공동대표 역시 증권사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 출신이다.
연초 이후 대형주, 중소형주 가릴 것 없이 증시가 호황을 이루자, 직접 시장에 뛰어들어 수익을 거둬들이고 싶어하는 이들이 늘어났다는 지적이다. IPO 시장도 활기를 보이고 있어 상장주식이 아니더라도 기회가 다양하다는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게임업체 블루홀 등 비상장주식에 투자해 수십배씩의 이익을 낸 사례가 곳곳에서 생기다보니 자기자본투자(PI) 개념으로 접근하는 경우도 생기는 것 같다”며 “주식 뿐 아니라 프리IPO, 메자닌(CB·BW·교환사채 등에 투자) 등 틈새시장으로 파고들 상품이 많아지다보니 진입이 늘어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문 사모 운용사 설립 요건이 완화된 것 역시 시장이 뜨거워진 요인이다. 2015년 10월 이후 전문 사모 운용사는 자본금 20억원과 운용인력 3명 등의 조건을 갖추면 시장 진입이 가능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3~4명이서 자본금을 모아 설립하는 사례도 속속 등장한다.
IB 관계자는 “최근 전문 사모 운용사가 우후죽순 생겨나니 설립인가 신청서를 접수하러 가면 같은 이유로 찾아온 이들이 2~3명씩 있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라고 귀띔했다.
조한송 1flower@mt.co.kr